[Arch. Tsukioka Yoshitoshi (月岡芳年)] #01 | 내가 츠키오카 요시토시를 기록하려는 이유

[ DATA ARCHIVE ]

Category: Artist / Ukiyo-e (우키요에)

Subject: Tsukioka Yoshitoshi (月岡芳年, 1839-1892)

Index: #01

Status: Record Initialized



내가 츠키오카 요시토시를 처음 접한 것은
도안을 그리기 위해 책을 뒤적이던 평범한 순간이었다.


「신형삼십육괴선(新形三十六怪撰)」 중 토가쿠시산의 귀녀(戸隠山の鬼女)라는 작품.
단풍놀이의 흥취 속, 술잔에 비친 아름다운 여인의 본색이 괴물임을 깨닫고
칼을 뽑아 드는 그 찰나의 서늘함.
그 장면은 단숨에 나를 매료시켰다.

「신형삼십육괴선(新形三十六怪撰)」 토가쿠시산의 귀녀(戸隠山の鬼女) (1890년)



지금껏 보아왔던 평면적인 우키요에들과는 명백히 달랐다.


그날 이후, 나는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 그를 파헤치기 시작했다.
인터넷 바다를 헤엄치고 관련 서적을 닥치는 대로 사 모으며 일종의 ‘예술적 덕질’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오늘 블로그에 그의 기록을 남기기 전까지,
나는 내가 왜 그토록 이 화가에게 끌리는지 깊게 반문해 본 적이 없었다.
그저 “다른 작품보다 훨씬 세련됐다”거나 “구도가 멋지다”는 식의
두루뭉술한 감상에 머물러 있었을 뿐이다.
그래서 오늘은 그 막연한 끌림의 실체를 추적해 보려 한다.

나는 왜 그를 파고들기 시작했는가?
백여년 전의 화가가 던지는 이 기묘하고도 세련된 매력의 정체는 무엇인가?
이 글은 그 화두에 대한 나의 대답이자, 요시토시라는 거장을 향한 본격적인 탐구 기록이다.


「후지와라노 야스마사 월하롱적도(藤原保昌月下弄笛図)」 (1883년)




#01
해부학에 기반한 인체의 정교함

기존의 우키요에가 관절과 근육을 두루뭉술하게 생략하거나 정형화된 패턴에 의존했다면,
요시토시는 철저히 해부학에 입각한 인체를 그려냈다.
손가락 마디의 미세한 움직임,
발가락이 꺾이는 찰나의 각도
그 작은 모션 하나까지 놓치지 않는 그의 표현은 집요하기까지 하다.
그는 인체의 골격과 구조를 독학하며 옷자락에 가려진 신체의 움직임까지 치밀하게 계산해 선을 그었다.
우리가 그의 그림에서 근육의 긴장감과 뼈의 무게감을 동시에 느끼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02
선 하나로 공간을 지배하는 세련됨

그의 그림에서 ‘선’은 단순한 외곽선이 아니다.
그는 선 하나만으로도 명암과 공간의 깊이를 느끼게 만든다.
일본 전통의 유려한 필선을 유지하면서도 서양의 명암법과 원근법을 기묘하게 뒤섞은 덕분이다. 선의 강약만으로 공기의 흐름까지 표현해내는 그의 감각은 시대를 앞서가 있었다.


#03
빛과 그림자가 만든 색의 깊이감

요시토시는 단순히 색을 채워 넣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빛이 들어오는 방향을 명확히 설정하고 그에 따른 그림자를 표현함으로써
평면적인 우키요에에 입체적인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이러한 연출은 마치 현대의 일러스트를 보는 듯한 세련된 시각적 경험을 선사한다.


#04
섬뜩할 정도로 철저한 리얼리즘

앞서 나열한 모든 특징을 관통하는 것은 결국 그의 지독한 관찰력이다.
전쟁터의 시신을 직접 관찰하며 인체가 무너지는 모습을 스케치했을 만큼,
그의 예술은 철저한 사실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러한 집요함은 그의 작품이 시간이 흘러도 유치해지지 않고,
여전히 현대적인 감각을 유지하게 만드는 단단한 밑바탕이 되었다.




그저 ‘느낌이 좋다’는 말로 뭉뚱그려 놓았던 요시토시의 매력을 이렇게 글로 정리하고 나니,
그가 쏟았던 집요한 노력이 더욱 선명하게 다가온다.
선 하나, 근육의 떨림 하나에 담긴 그의 리얼리즘은
이제 나의 삶속에서도 매번 새로운 화두가 될 것이다.

물론 내가 써 놓은 것 말고도
내가 그를 좋아하는 이유는 계속 생길 것으로 생각한다.
그치만 내가 왜 그토록 이 화가에게 집착했는지,
그 막연했던 끌림의 실체를 확인한 것만으로도
이 기록의 시작은 충분히 가치 있었다.

첫 번째 기록은 여기서 마친다.
다음 글에서는 광기와 정적 사이를 오갔던
그의 드라마틱한 삶, 그 치열했던 생애의 기록을 이어가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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